미중 AI·광물 이중 통제, 韓 배터리 소재 조달 절벽 구체화

미국 상무부는 2026년 9월 현재 엔비디아 H20·A800 등 중저사양 AI칩의 제3국 재수출에도 사전 허가를 요구하는 최종 규정을 시행 중이다. 이 규정은 한국·대만·일본 포함 '우방국'에도 적용되며, 허가 처리에 평균 45~60일이 소요된다.
중국은 갈륨·게르마늄·흑연에 이어 2025년 말부터 코발트 수출 심사 절차를 강화했다. 중국은 전 세계 코발트 정제량의 약 72%를 처리하며,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코발트 조달 중 중국산 정제 코발트 비중은 평균 45~55%로 추정된다.
한국 기업이 코발트 대안 조달처로 주목하는 콩고민주공화국(DRC) 직수입 루트는 정제 능력이 부족해 중국 정제망을 거치지 않으면 배터리 소재급 순도(99.8% 이상)를 맞추기 어렵다. 핀란드 Umicore, 벨기에 Freeport Cobalt가 대안 정제 루트지만 한국 3사의 연간 코발트 수요 약 2만 톤을 단기 대체하기에는 생산능력이 30~40% 부족하다.
미중 양측 통제가 동시에 강화된 결과, 한국 배터리 기업의 소재 조달 원가는 2025년 대비 평균 8~12% 상승한 것으로 업계 추산된다. 여기에 미국 IRA 보조금 수급 요건(중국산 소재 비중 2025년 40% 이하, 2027년 0%)이 겹치면서 단기 조달 비용 상승과 장기 공급망 재편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중 압박의 본질은 '어느 한쪽을 만족시키면 다른 쪽 비용이 올라가는' 딜레마 구조다. 중국산 코발트를 줄이면 IRA 적격성은 올라가지만 단기 조달 비용이 뛰고, 중국산 비중을 유지하면 원가는 낮아지나 미국 보조금이 끊긴다. 한국 배터리 3사 모두 이 트레이드오프를 2027년 IRA 최종 기한 이전에 해결해야 한다.
코발트 통제는 갈륨·게르마늄과 달리 '에너지 저장' 라인에 타격을 준다. 반도체 소재 통제가 IT·방산에 파급됐다면, 코발트 통제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항공우주 배터리까지 영향 범위가 넓다. 한국이 반도체 공급망 대응에 집중하는 사이 배터리 소재 라인이 새로운 병목으로 부상했다는 신호다.
핀란드 Umicore와 벨기에 Freeport Cobalt는 중국 외 코발트 정제 능력을 보유한 유이한 대형 플레이어다. 한국 배터리 3사의 공급 다변화 수요가 집중되면서 이들의 협상력과 마진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
호주·캐나다 광산 기업(Glencore 호주 법인, First Cobalt)은 DRC산 원석을 비중국 루트로 정제하는 프로젝트를 확대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미 Glencore와 2025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유사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삼성SDI·SK온은 대안 확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포지션이다.
한국 배터리 3사 중 중국산 정제 코발트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단기 조달 비용 상승 압박이 가장 크다. SK온은 포드·현대차 합작 배터리 공장 증설 일정이 2026~2027년에 집중돼 있어, 소재 조달 비용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위험이 있다.
중국 코발트 정제 기업(화유코발트, CNGR 어드밴스드)은 수출 심사 강화로 서방 시장 점유율이 축소될 위험에 놓였다. 그러나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연 40% 이상 성장하고 있어 내수로 전환하면 실질 타격은 제한적이다.
배터리 소재 구매 담당자는 지금 당장 코발트 공급 계약서의 '원산지 정의'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 IRA 적격성 판단 기준이 '정제 국가'인지 '광산 원산지'인지에 따라 중국 정제-DRC 원석 혼합 조달의 IRA 적격 여부가 달라진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6년 2월 가이던스를 발표했으나 해석 여지가 남아 있어 법률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비중국 코발트 정제 설비를 직접 보유하거나 장기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2027년 IRA 최종 기한 이후 원가 구조 차별화로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Glencore 계약 구조를 레퍼런스로 삼아 경쟁사의 대안 조달 계약 공시를 추적할 것.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중국 코발트 수출 심사 강화 이후 선적 서류 반려율이 2026년 들어 15~20%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현장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 단순히 '대안 공급처 찾기'에 앞서, 현재 계약된 중국산 물량의 선적 일정을 최소 3개월 앞당겨 재고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즉각적인 리스크 헤지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