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T·브라질 R&D 협력, 희토류 공급망 새 루트 되나

KIAT(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브라질 MCTI(과학기술혁신부)와 AI·반도체·첨단소재 분야 공동 R&D 협력 확대를 공식 합의했다. 양측은 2025년 내 첫 번째 공동 과제 공모를 목표로 협의 중이며, 반도체 공정용 소재와 핵심광물 가공기술이 주요 아젠다로 거론된다.
브라질은 세계 니오브 생산량의 약 90%를 점유하고,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 4위(약 2,100만 톤 추정, USGS 2024)다. 망간·리튬·탄탈럼도 대규모 매장돼 있어 한국이 중국 의존 핵심광물 7종 대체 루트로 주목하는 전략 자원 보유국이다.
현재 한국의 대브라질 핵심광물 수입 비중은 전체의 3% 미만에 불과하다. KIAT 협력이 단순 연구교류에 그치지 않으려면 브라질 현지 가공시설 투자(제련·정제)와 장기 공급계약이 병행돼야 하는 구조적 과제가 있다.
EU는 이미 2024년 브라질 희토류·리튬 공급망 MOU를 체결했고, 일본 JOGMEC도 브라질 니오브 광산에 지분 투자를 확대 중이다. 한국은 정부 R&D 채널을 먼저 열었지만 상업적 계약화로 전환하는 속도가 경쟁국 대비 느리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KIAT-브라질 협력은 중국이 2023년 이후 갈륨·게르마늄·흑연·희토류를 순차적으로 통제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남미 원자재 루트를 제도적으로 열려는 시도다. 특히 니오브는 차세대 반도체 게이트 산화막(HfZrO 기반 강유전체 소자)과 초전도 소재에 쓰이는 전략 금속으로, 현재 전량을 브라질·캐나다에서 수입하되 중국 경유 가공에 의존한다.
문제는 브라질 광물의 '원광 → 정제 → 소재화' 밸류체인이 대부분 중국 기업 손에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에서 채굴한 희토류도 중국으로 건너가 산화물·합금으로 가공된 뒤 한국에 들어오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KIAT R&D 협력만으로는 실질적 공급망 독립이 어렵다.
브라질 현지 자원개발 경험이 있는 POSCO홀딩스(리튬 광산 지분 보유)와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이 KIAT 협력 채널을 활용해 탄탈럼·니오브 공급 계약을 선점할 경우 직접 수혜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다.
국내 희토류 정제 기술을 보유한 성림첨단산업, 유니온머티리얼 등 중소 소재기업도 브라질산 원광을 국내 가공하는 밸류체인이 열리면 원가 절감과 물량 확보 모두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브라질산 광물의 중국 경유 가공 구조에 기댄 기존 수입 루트는 KIAT 협력이 상업화되는 시점에 대체 압력을 받는다. 중국 내 희토류 가공업체 3~4개사가 한국향 브라질산 원광의 중간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데, 직접 루트가 열리면 이들의 마진 포지션이 약해진다.
협력이 'R&D 협약 서명'에서 실물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한국 기업 구매담당자 입장에서는 달라질 게 없다. 2021년 호주 희토류 MOU, 2022년 칠레 리튬 협약이 유사한 선언 후 상업화 실패 패턴을 반복했다는 점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구매담당자라면 KIAT 협력 공고 이후 공동 R&D 과제에 '브라질산 원광 기반 국내 정제 공정 개발'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포함되면 국내 정제 인프라 투자 수요가 2~3년 내 현실화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POSCO홀딩스·한국광해광업공단·성림첨단산업 등 브라질 자원 접점 기업의 IR 자료에서 '브라질 탄탈럼·니오브' 키워드 등장 여부를 체크 포인트로 삼을 것. EU·일본의 선행 계약 체결 시점이 한국 기업 주가에도 선행지표로 작동한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브라질산 탄탈럼 분말을 국내 커패시터 업체에 공급하던 루트가 2022년 이후 중국 가공사 마진 인상으로 t당 15~20% 원가가 올랐다. KIAT 협력이 현지 가공 투자로 이어지면 이 마진 구간을 한국 소재업체가 흡수할 수 있다. 단, 브라질 현지 환경 인허가(IBAMA) 취득에 평균 3~5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반드시 일정에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