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1700억+AI 국가전략, 빈칸은 '전략광물 회수 공정'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첨단산업 소부장 기업 투자 지원 규모를 기존 1,200억 원에서 1,7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중소·중견 기업 투자금의 50%를 지원하는 방식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6개 분야다.
이재명 대통령은 'AI·반도체 국가전략'을 선언하며 국가전략투자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수도권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비수도권 반도체 소부장 단지,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가 3대 축이다. 총 투자 규모는 민관 합산 수십조 원으로 언급됐으나 연도별 집행 계획은 미정이다.
그러나 이번 지원 패키지에 갈륨·게르마늄·인듐·텅스텐 등 전략광물 회수·정제 공정 전문 기업을 위한 별도 트랙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소부장 특별법 지원 품목에는 광물 회수 공정이 명시적으로 열거되지 않아, 고려아연 이외 신규 진입자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 품목 지정 절차가 필요하다.
한경협은 AI·반도체 성장판 마련을 위해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 15%(대기업)에서 25%로 상향하고, 소부장 전문기업 인증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산업은행은 AI·반도체 스타트업 15곳을 선정해 투자·보증 패키지를 지원할 예정이다.
1,700억 원 지원의 핵심 문제는 '어디에 쓰이느냐'다. 반도체 공정 소재(포토레지스트, 식각액, 특수가스)는 이미 소부장 1·2호 사업으로 지원 체계가 잡혀 있다. 정작 지금 가장 긴급한 갈륨·게르마늄 정제 공정 기술은 지원 대상 목록에서 빠져 있다. 정책 예산이 실제 공급망 병목을 향하지 않으면 '숫자만 큰 지원'이 된다.
AI 국가전략 선언은 수요 측면(데이터센터, GPU 구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GPU에는 갈륨·인듐·희토류가 들어가고, 그 소재의 안정적 조달 없이는 국산 AI 인프라가 중국 소재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된다. 전략 선언이 공급망 하단까지 연결되어야 완결된다.
반도체 공정 소재 중견기업(솔브레인·동진쎄미켐·SK머티리얼즈): 1,700억 원 지원의 상당 부분이 기존 강점 영역인 포토레지스트·에천트·특수가스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기존 플레이어가 추가 수혜를 받는 구조다.
산업은행 투자 대상 AI·반도체 스타트업 15곳: 국가 전략 선언과 맞물려 민간 후속 투자 유치 레버리지 효과가 기대된다. 시리즈 A~B 단계 기업 기준 평균 100~200억 원 규모의 보증·투자 패키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략광물 회수 공정 신규 진입 기업: 1,700억 원 패키지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아 정부 지원 없이 독자 투자해야 한다. 게르마늄·갈륨 정제 설비는 최소 200~500억 원 규모라 중소기업 단독 투자는 사실상 어렵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소부장 기업: 이번 국가전략투자 3대 메가프로젝트가 수도권·충청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부울경 지역 기업은 직접 수혜에서 배제된다는 지역 경제계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소부장 지원을 받으려는 중소기업은 지금 당장 '첨단전략산업 6개 분야' 중 어디에 자사 제품을 편입시킬 수 있는지 품목 분류 검토를 해야 한다. 전략광물 회수 공정 기업이라면 '반도체 소재 전구체' 또는 '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연결 고리를 만들어 지원 대상에 진입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정책 입안자 관점에서는 소부장 특별법 시행령에 '전략광물 회수·정제 공정'을 독립 품목으로 명시하고, 별도 50억~100억 원 규모의 파일럿 지원 트랙을 신설하는 것이 현실적인 보완책이다. 이 조치 없이는 고려아연 의존 구조가 10년 이상 지속된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정부 지원을 받은 소부장 기업이 공급 개시 후 1~2년 내에 양산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요처가 다시 수입산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반복된다. 구매담당자는 정부 지원 기업과 계약 시 반드시 '품질 미달 시 대체 소싱 조항'과 '6개월 병행 검증 기간'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지원을 받았다고 납품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