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마늄 한국산 대체 현실화, 공급망 새 판짜기 속도

중국은 2023년 8월 갈륨과 함께 게르마늄 수출 허가제를 전격 시행했다. 게르마늄은 광섬유·적외선 광학·태양전지·방산 장비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글로벌 공급의 약 59~60%를 점유한다. 허가제 시행 직후 국제 게르마늄 현물가는 kg당 600달러대에서 1,200달러 이상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아연 제련 부산물인 슬래그·잔사에서 게르마늄을 추출하는 기술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중심으로 개발돼 왔다. 고려아연은 2024년부터 소규모 시험 생산을 진행 중이며, 영풍의 석포제련소 역시 게르마늄 회수 공정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게르마늄 연간 수요는 반도체·광섬유·방산 등을 합산해 약 30~40t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산화 계획상 2026~2027년에는 연간 10~15t 규모의 국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으며, 이는 국내 수요의 30~40%를 충당하는 수준이다.
게르마늄은 갈륨보다 대체재 개발이 훨씬 어려운 소재다. 적외선 렌즈·야간투시경·군용 열화상 장비에 쓰이는 게르마늄은 현재 실리콘이나 다른 소재로 완전 대체가 불가능하다. 한국이 국산 게르마늄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건 단순한 소재 국산화를 넘어 방산 공급망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공급망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아연 제련 인프라가 게르마늄 추출의 핵심 자산이다. 아연 슬래그에서 게르마늄·갈륨·인듐을 동시에 회수하는 복합 추출 공법이 완성되면, 한국은 중국에 대항하는 유일한 비(非)중국 복합 희소금속 공급기지가 될 수 있다.
고려아연·영풍 양사는 게르마늄 국산화의 직접 수혜자다. 현재 게르마늄 국제가격이 규제 전 대비 2배 이상 유지되고 있어, 국내 생산이 안정화되면 톤당 마진이 기존 아연 제련 대비 수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방산업체(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도 안정적 소재 조달 루트 확보라는 구조적 이익을 얻는다.
독일·캐나다 게르마늄 생산업체(Umicore, Teck Resources)도 반사이익을 누린다. 한국이 중국 외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들 업체와의 장기 공급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며,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발효로 EU 내 수요도 동시에 상승 중이다.
중국 게르마늄 수출업체들은 단기적으로 허가제를 통해 가격 통제권을 유지하겠지만, 한국·독일·캐나다의 대체 공급망이 완성될수록 장기 시장 지배력을 잃는다. 이미 2024년 기준 중국산 게르마늄의 서방 시장 점유율은 허가제 이전 대비 10~15%p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섬유·적외선 광학 소재를 중국산 게르마늄에 의존해온 국내 중소 광학 부품사들은 현물가 2배 인상을 원가에 전가하지 못해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국내 광섬유 생산 업체 LS케이블·대한광통신도 원가 부담이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라면 고려아연의 게르마늄·갈륨 복합 국산화 로드맵이 2026년 이후 실적에 반영될 시점을 주시해야 한다. 단순히 '희소금속 테마'가 아니라, 실제 생산 단가와 국제 현물가의 스프레드가 좁혀지는 시점이 매수 포인트다.
기업 구매담당자는 지금 당장 게르마늄 소비 공정의 회수·재활용률을 점검해야 한다. 광섬유 제조 스크랩에서 게르마늄을 회수하는 내부 재활용 공정을 구축한 일본 후지쿠라·스미토모전기는 대외 의존도를 30% 이상 낮췄다. 한국 업체들도 같은 방향을 서둘러야 한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2023년 게르마늄 허가제 시행 직후, 국내 적외선 광학 업체 한 곳이 독일 우미코어에 긴급 물량을 타진했는데 이미 일본·미국 바이어들이 6개월 치 선구매를 완료한 상태였다. 선점 타이밍을 놓친 업체는 현물 프리미엄 30~40%를 얹어야 했다. 지금 국내 게르마늄 재고를 3개월 미만으로 운영하는 업체는 즉시 비축 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