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갈륨 2028 선언, 공백 3년 누가 채우나

고려아연은 2025년 9월 갈륨 전용 생산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며 2028년부터 연 15.5t 규모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아연 제련 부산물에서 갈륨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국내 유일 상업 규모 공급망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갈륨 수출허가제 시행(2023년 8월) 이후 국제 갈륨 가격은 kg당 220달러에서 현재 약 2,000달러 수준으로 9배 폭등했다. 한국은 연간 갈륨 수요를 40~50t으로 추산하며 과거 중국 의존도는 85% 이상이었다.
고려아연의 15.5t은 국내 수요의 30~40%에 그친다. 나머지 60~70%, 즉 약 25~35t은 캐나다·독일·일본 등 제3국 조달 또는 재고 비축으로 메워야 하는데, 현재 대체 공급처의 연간 공급 가능량 합산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구조다.
GaN(질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인버터·AI 서버 전원 모듈·군용 레이더에 동시 채용되며 수요가 2025~2028년 연평균 18% 이상 성장할 전망(Yole Group 추산)이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전까지 GaN 소자 단가는 현재 대비 추가 20~30%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고려아연의 발표는 '한국이 갈륨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기술 주권 선언으로 읽힌다. 그러나 공급자 시각에서 보면 2028년 이전 3년은 사실상 공백기다. 이 기간 동안 글로벌 갈륨 시장은 중국·독일·캐나다 3개국이 전체 공급의 90% 이상을 쥐는 구조가 유지된다.
더 중요한 것은 15.5t이라는 숫자의 의미다. 국내 GaN 파운드리와 LED 제조업체, 방산 수요를 합산하면 15.5t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고려아연이 '글로벌 허브'를 선언했지만, 실제로 수출 여력이 생기려면 생산량을 최소 30t 이상으로 확장하는 2단계 투자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 갈륨 생산자 지위를 선점하며 정부 전략광물 비축 계약과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 연 15.5t 생산 기준 현재 가격(2,000달러/kg) 단순 계산 시 연간 매출 310억 원 규모의 신규 사업이다.
독일 Ingal·캐나다 5N Plus 등 비중국 갈륨 생산자는 한국 수요의 60~70% 공백을 메울 대안 공급처로 협상력이 강화된다. 이미 2024년부터 한국 수입선 다변화 수요를 흡수하며 장기계약 단가를 기존 대비 40~60% 높여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aN 전력반도체 팹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 팹리스 설계사는 조달 리스크를 직접 헤징할 수단이 없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단가에 전가하지 못할 경우 마진 압박이 불가피하다.
중소 LED 제조업체와 방산 부품 업체는 장기계약 체력이 부족해 현물 시장 의존도가 높다. 현물 갈륨 가격 변동성이 ±30% 수준을 유지하는 한 원가 예측이 불가능하며, 수주 단가 산정 오류로 인한 적자 납품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GaN 소자 구매담당자는 2025~2027년 공백기를 최악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독일·캐나다 공급처와 최소 12개월분 재고를 담보하는 롤링 계약을 즉시 검토해야 한다. 현재 현물 시장 의존 비율이 30% 이상이라면 올해 안에 절반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투자자 관점에서 고려아연의 갈륨 사업 본격화는 2028년 이후 실적 반영이므로 단기 주가 트리거보다는 2027~2028년 생산 개시 전 생산량 확장 계획 발표 여부를 모니터링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2단계 투자(30t 이상) 발표 시점이 진짜 매수 신호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갈륨 현물 거래 시 '허가증 딜레이'가 납기보다 더 큰 변수다. 중국 수출허가 발급이 신청 후 평균 6~8주 소요되면서 재고가 있어도 선적이 묶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비중국 공급처와 계약 시 '허가 지연 면책 조항' 삽입과 함께 선적 전 검사(Pre-shipment Inspection) 완료 후 대금 지급 구조로 전환해 리스크를 공급자 측으로 이전하는 협상 전략이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