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전쟁, AI·바이오로 전선 확대…한국 노출 지도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2022~2024년 반도체 집중 국면을 지나 2025~2026년 AI 인프라·바이오 제조로 전선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H100 이상 AI칩의 제3국 수출에 사전 허가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추진 중이며, 중국은 AI 학습용 데이터 및 바이오 원료 수출 규제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 CHIPS Act 보조금(520억 달러)은 인텔·TSMC·삼성전자 미국 공장에 집중 투입됐다.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팹은 2026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TSMC 애리조나 팹은 2nm 공정 가동을 2027년으로 잡고 있다.
바이오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은 연 7% 이상 성장하는 가운데 미국은 Biosecure Act를 통해 중국계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BGI, WuXi AppTec 등)을 연방 조달망에서 배제했다. 이 결정은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에 직접적인 수주 기회를 열고 있다.
한국은 현재 반도체(삼성·하이닉스),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바이오(삼성바이오·셀트리온) 세 축에서 미중 양쪽의 규제 압력을 동시에 받는 구조다. 미국 공급망 실사 요건과 중국 소재 통제가 동시에 작동할 경우 세 산업 모두 원가 상승 압력에 직면한다.
기술패권 전쟁의 전선 확대는 한국에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가 아니다. 미국이 AI칩 수출허가를 강화할수록 한국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사들의 미국 시장 접근성이 복잡해진다. 동시에 중국이 바이오 소재 통제에 나선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바이오의약품의 원료의약품(API) 조달 구조에 균열이 생긴다.
그러나 전선 확대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계 CDMO가 미국 시장에서 배제되면 그 자리를 채울 글로벌 위탁 생산 수요가 생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수주잔고 4조 원을 돌파했으며, Biosecure Act 수혜 직접 수혜 기업으로 시장이 지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은 미국 Biosecure Act로 중국계 CDMO가 연방 조달망에서 퇴출되는 수혜를 직접 받는다.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이 연 7%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의 수주 파이프라인이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 엔비디아 AI 서버 핵심 부품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AI칩 수출허가를 강화할수록 엔비디아 중심 AI 인프라 투자가 미국·동맹국 중심으로 집중되며, HBM 수요처가 지리적으로 '안전 지대'로 이동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은 미국 IRA 보조금 요건(중국산 소재 배제)과 중국의 리튬·흑연 수출통제 사이에서 이중 압박을 받는다. 중국산 양극재·음극재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지 못하면 IRA 세액공제 혜택이 줄어드는 구조다.
중국 팹에 포토레지스트·CMP슬러리 등 소재를 공급하던 한국 소재 업체들은 미국 수출통제 강화로 중국 매출이 직접 타격을 받는다. 동진쎄미켐·솔브레인 등의 중국향 매출 비중이 2022년 대비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AI·바이오로 전선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한국 기업들은 사업부별 미중 규제 노출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반도체는 미국 수출허가, 배터리는 IRA 소재 요건, 바이오는 Biosecure Act — 각각 다른 규제 체계가 작동하므로 통합 리스크 관리가 아닌 분야별 전담 컴플라이언스 체계가 필요하다.
투자자는 '미중 수혜주'를 단일 바스켓으로 보지 말고 전선별로 분리해야 한다. 반도체 수혜(하이닉스 HBM)와 바이오 수혜(삼성바이오)는 트리거가 다르고 타임라인도 다르다. 2026년 하반기~2027년은 바이오 CDMO 수주 가시화, AI칩 허가제 세부 규정 확정이 맞물리는 시기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바이오 원료의약품(API) 조달팀이 중국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유럽 공급선을 탐색하고 있지만 인증 기간(18~24개월)이 발목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재·반도체와 달리 바이오 소재는 FDA·EMA 인증이 공급처 변경의 최대 장벽이다 — 지금 당장 대체 공급원 인증 절차를 시작하지 않으면 2027년 Biosecure Act 본격 시행 시점에 수혜를 누릴 생산 체계가 갖춰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