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르마늄 봉쇄 1년, 글로벌 가격 3배…한국 대체 공급망 어디까지

중국은 2023년 8월 갈륨·게르마늄 수출 허가제를 발동한 이후, 약 4개월의 봉쇄 끝에 2025년 상반기 일본향 갈륨 수출을 재개했다. 그러나 게르마늄은 재개 신호 없이 통제를 유지 중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을 동시에 묶었다가 갈륨만 풀어준 이 구도는 '선별적 무기화' 전략이 본격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르마늄은 광섬유 코어 재료(사염화게르마늄·이산화게르마늄)와 적외선 광학계(야간투시경, 열화상 카메라 렌즈), 고효율 태양전지 기판에 핵심 소재다. 중국이 전 세계 게르마늄 공급의 약 60%를 차지하며, 러시아(15%)·캐나다(10%) 등이 나머지를 분담한다. 공급선이 분산돼 있는 갈륨(중국 95%)보다 구조적 독점도는 낮지만, 단기 대체 공급원 확보는 여전히 어렵다.
스트레이트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고려아연·영풍이 아연 제련 공정 부산물에서 게르마늄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한국산 공급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은 2028년까지 연간 일정 규모의 게르마늄 정제 생산 체계를 목표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으나, 상업 생산까지는 최소 3년의 공백이 남아 있다.
중국의 광물자원법 실시조례는 2025년 7월 15일 발효됐다. 이 법은 수출 허가제를 넘어 광산·유통·물류 전 단계에 대한 국가 통제권을 법제화한 것이다. 게르마늄 봉쇄가 '행정 조치'에서 '법적 의무'로 전환된 셈이므로, 단기 해제 가능성은 갈륨보다 훨씬 낮다.
갈륨 수출 재개와 게르마늄 지속 봉쇄의 동시 진행은 중국이 '단일 무기'가 아니라 '선별 압박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는 신호다. 갈륨은 미·일 외교 협상 카드로 활용한 뒤 일부 풀어주면서 게르마늄은 계속 조인다. 수요 산업별로 타격 시점을 다르게 설정하는 정교한 통제 설계다.
광섬유·적외선 광학 산업의 게르마늄 의존도를 감안하면, 봉쇄가 6개월 이상 추가로 지속될 경우 국내 광통신 부품사와 방산 광학 업체의 조달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 비용은 최종 제품 가격에 반영되거나 마진 압축으로 귀결된다.
국내 대체 공급망 완성 시점(2028년)까지 최소 3년의 구조적 조달 공백이 존재한다. 이 기간 동안 캐나다·러시아산 게르마늄 정광 및 독일·일본 정제업체를 통한 우회 조달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캐나다 테크 리소시즈(Teck Resources)와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제련소 계열사가 단기 수혜를 입는다. 중국산 대체 수요가 이들에게 집중되면서 게르마늄 정광 계약 단가가 2023년 대비 최대 2.5~3배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고려아연·영풍은 국내 유일의 게르마늄 정제 경쟁자 지위를 확보한다. 2028년 상업 생산 시점에는 국내 수요(추정 연 10~15t)의 30~50%를 자체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장기 공급 계약 가격 협상력으로 직결된다.
국내 광통신 부품 생산사(OIF 규격 트랜시버 제조사 등)는 사염화게르마늄 조달 비용 급등으로 원가 구조가 악화된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광모듈 납기를 맞춰야 하는 기업은 스팟 시장 고가 구매를 감수해야 한다.
방산 적외선 광학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는다. 게르마늄 렌즈는 열화상 카메라·야간투시경 핵심 부품으로, 러시아산 대체재는 서방 제재 리스크를 동반한다. 조달 경로가 사실상 캐나다·독일로 좁혀지면서 납기 2~3개월 연장과 단가 상승이 동시 발생 중이다.
광통신·방산 광학 분야 구매담당자는 게르마늄 재고를 현 수요 기준 최소 6개월치로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 중국 재개 타이밍은 외교 변수에 연동되어 있어 예측 불가능하고, 광물자원법 발효로 법적 장벽까지 추가됐다.
대체 공급 경로로는 캐나다·독일 루트가 현실적이다. 독일 Umicore의 게르마늄 정제 라인은 유럽 수급 경쟁이 심화됐지만 아직 계약 여력이 있으며, 캐나다 Teck의 Trail 제련소 부산물 루트는 MOQ(최소 발주량) 조건 협상이 관건이다.
투자자 시각에서는 고려아연(010130)의 게르마늄 관련 CAPEX 집행 일정과 영풍(000670)의 부산물 회수 공정 투자 발표를 트리거로 주목할 것. 두 기업 모두 2025~2026년 설비 착공 단계로 진입하면 스팟 가격 하락 기대가 선반영될 수 있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게르마늄 정광(농도 300~600ppm급)을 중간 정제 없이 직구매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지만, 국내 정제 설비 용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결국 독일·일본 정제품으로 돌아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정제 계약을 먼저 확보하고 정광은 이후 조달하는 역순 접근이 현 시점에서 더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