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패권, 한국 반도체 '필수 허브' 부상

SK하이닉스는 2024년 HBM3E 시장에서 엔비디아 공급 물량의 약 70% 이상을 독점하며 AI 가속기 공급망의 핵심 노드를 장악했다. 삼성전자는 HBM3E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2024년 하반기 통과하며 추격에 나섰고, 양사 합산 HBM 시장 점유율은 전 세계의 95% 이상으로 추정된다.
KBS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업 사태 당시 미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한국이 AI 칩 공급망의 핵심'이라고 공개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HBM뿐 아니라 낸드·D램 등 AI 서버 전반에 걸쳐 한국 반도체 의존도가 극히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의 점유율은 약 95%이며, 이 중 한국 2사가 약 70~75%를 차지한다.
중국은 AI 개발을 위한 HBM 확보에 나섰으나,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Entity List 및 BIS 고급 반도체 제한)로 인해 삼성·하이닉스로부터의 HBM 직접 구매가 사실상 차단됐다. 이에 중국 CXMT·창신메모리는 자체 HBM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양산까지는 최소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포럼(2025년)에서 발표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기술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한 양측 모두의 핵심 협상 파트너가 될 수 있으나, 특정 진영의 규제 압박에 응할 경우 반대 진영의 보복 리스크가 동반된다.
한국 반도체의 대체 불가성은 단기적으로 협상력 강화로 연결되지만, 미중 규제 충돌이 심화될수록 '교차 봉쇄' 리스크도 높아진다. 미국이 대중 HBM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 시장 매출이 감소하는 동시에,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등 소재 수출규제는 한국 반도체 소재 원가를 압박하는 구조다. 이 이중 압박의 강도가 2026~2027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카네기 재단 보고서는 한국이 AI 공급망에서 반도체 제조와 데이터 인프라를 동시에 보유한 '이중 자산 국가'임을 강조했다. 이 포지션을 유지하려면 HBM 초격차 기술 유지와 함께 소재·장비 국산화를 통한 소재 리스크 방어가 병행돼야 한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선점 효과로 2024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6배 증가했으며, 엔비디아 블랙웰(B200) 시리즈에도 HBM3E 공급 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는 한 수혜 지속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메모리 두 부문 모두 AI 관련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을 수 있으나, HBM 품질 인증 지연 문제가 해소되는 시점이 투자 재평가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아울러 AI 서버에 들어가는 서버용 낸드(QLC 기반 고용량) 수요도 연평균 20% 이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AI 기업(바이두·화웨이·알리바바 클라우드 등)은 HBM 접근 차단으로 AI 모델 학습 인프라 구축 비용이 상승하고 개발 속도가 지연된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910B AI 칩 성능이 엔비디아 H100 대비 약 60~70%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 매출 축소가 뚜렷한 손실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약 25~30%(2023년 기준)에 달했으나, 수출규제 강화로 이 비중이 지속 축소되는 추세다. 이를 미국·유럽·동남아 시장으로 빠르게 대체하지 못할 경우 가동률 하락 리스크가 현실화된다.
HBM 공급망 집중도(SK하이닉스 70%+)는 기회이자 리스크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미국 BIS 수출규제 개정 일정, 중국 반도체 자립화 진도를 분기별로 추적하며 SK하이닉스·삼성전자 HBM 부문 실적 전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AI 서버 수요 증가의 간접 수혜주로 고대역폭 메모리 기판(ABF 기판) 공급사인 삼성전기·대덕전자와 HBM용 열관리 소재 기업들을 병행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한다. HBM 1개당 기판 소요량은 일반 D램 대비 4~6배 수준으로, 패키징 소재 수요의 구조적 증가가 확실하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미국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HBM 장기 공급 계약 체결 시 '한국산 비율 80% 이상' 조건을 명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AI 인프라 투자자들이 중국 우회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며,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격 협상력이 구조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