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 자급 2028, 공백 3년 브리지 전략이 없다

중국이 2023년 8월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를 시행한 지 3년이 경과한 현재, 갈륨 국제 가격은 통제 직전 대비 최대 9배까지 치솟았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약 94%를 장악하며 사실상 단독 공급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수출 허가 심사 기간도 평균 45일 이상으로 늘어난 상태다.
고려아연은 2028년부터 온산 제련소 내 갈륨 회수 공정을 증설해 연간 15.5t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한국의 연간 갈륨 수요가 40~50t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급률 30~40% 수준이다. 2028년 이전 2~3년 구간은 여전히 중국산 또는 불안정한 제3국 조달에 의존해야 한다.
GaN(질화갈륨)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5~2030년 연평균 25% 이상 성장이 예측되며, AI 데이터센터 전력 변환 소자와 전기차 인버터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2024년 4월 중국은 갈륨 수출을 일본에 4개월 만에 재개해 '국가별 차별 면제' 선례를 남겼다. 이는 협상 가능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러시아(연 30t 내외, 전 세계 2위)와 캐나다 소규모 라인이 대체 조달처로 거론되나, 러시아산은 서방 제재 병존 리스크가 있고 캐나다는 아직 상업 생산 단계에 미치지 못한다. 일본 재개 협상 로직은 '산업 피해 최소화'였으며, 한국도 유사한 논거로 면제 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려 있다.
고려아연 2028년 양산 선언은 방향은 정확하지만 타이밍 갭이 문제다. 2025~2027년 수요 기업들은 현 시세 9배 구조를 감내하며 스팟 구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기간이 실제 소재 리스크의 최고조 구간이다. 양산 발표 자체가 조달 전략을 대체하지 않는다.
중국이 일본에 갈륨 수출을 재개한 것은 '소재별·국가별 차별 통제' 운용 패턴을 처음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외교·통상 채널로 '면제 협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 구간이 실재함을 의미한다. 협상 창구를 열지 못하면 2028년까지 9배 환경을 고착시키는 결과가 된다.
2028년 양산 이후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 갈륨 공급자로 삼성전기·LG이노텍·현대모비스 등 주요 수요처와 장기 공급 계약에서 가격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수요 기업이 쥔 협상력이 2028년 이후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GaN 전력반도체 모듈 분야에서 이미 안정적 소재 재고를 선확보한 국내 대기업(삼성전기, 현대모비스)은 중소 경쟁사 대비 2025~2027년 가격 경쟁력 우위를 누릴 수 있다. 스팟 의존 업체들과의 원가 격차가 벌어지는 구간이다.
GaN 기반 제품을 양산 중인 국내 중소 팹리스·모듈 업체들은 재고 헷지 여력이 부족해 가격 9배 환경을 그대로 흡수해야 한다. 연간 수십억 원 규모의 소재비 증가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 수주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딜레마가 반복된다.
중국 이외 대체 조달처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 소재·부품 유통 업체들은 스팟 시장 의존도가 높아 수급 변동성에 직접 노출된다. 대기업 장기 계약 물량 외 잔여 수요를 받아치던 기존 구조가 붕괴 중이다.
2028년 고려아연 양산 이전 3년의 공백을 채울 브리지 조달 전략이 시급하다. 캐나다·호주 아연 제련 부산물 갈륨 생산처와 2025년 내 오프테이크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JX금속·독일 Recylex 등 소규모 재활용 채널도 병행해야 한다.
외교부·산업부 합동으로 '소재 면제 외교' 전담 트랙을 운영해야 한다. 일본 재개 협상 논거(산업 피해 최소화)를 분석해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 면제 조건을 2025년 상반기 안에 문서화해야 한다. 협상 레버리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진다.
GaN 전력반도체 수요 기업은 갈륨 재고를 현재 2~3개월분에서 6개월분 이상으로 늘리는 전략 비축 체계를 즉시 수립해야 한다. 현 시세 9배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금 비싸게 확보하는 것이 6개월 후 더 비싼 시세보다 유리한 구조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갈륨 스팟 거래가 중국 브로커 단일 채널로 굳어지면서 가격 협상 자체가 안 되고, 납기도 3~6개월 선예약이 기본이 돼버렸다. 지금 필요한 건 소재 담당 구매자 한 명이 아니라, 외교 채널과 연계된 조달 전략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