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동시 압박에 韓 반도체 공급망, 구조적 취약점 셋

동아시아포럼(East Asia Forum)은 최근 분석에서 한국 반도체 공급망이 미·중 동시 압박 하에 성장 정체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 취약점으로 ①중국 핵심광물 의존(갈륨·게르마늄·희토류 수입 60~95%), ②미국 수출규제 준수에 따른 중국 매출 축소, ③국내 소재 국산화율의 낮은 수준(반도체 공정소재 국산화율 약 50%)을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AMD AI 반도체의 제3국 수출에 미국 정부 사전 허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중 정상회담(2025년 7월)에서 반도체·AI 분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엔비디아의 중국향 H20 칩 수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HBM 수요는 엔비디아 중국 판매량과 직결되는 구조로, 엔비디아 중국 매출이 20% 감소하면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이 분기 기준 5~8%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업계 추산이 있다.
인도 아삼주 반도체 협력 구상, 브라질 KIAT R&D 협력, 베트남 물류 인프라 투자 확대는 한국이 단일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이다. 그러나 이들 대안 루트가 실질 조달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최소 3~5년이 소요되며, 그 사이 공급망 공백을 메울 단기 완충재가 없다는 것이 KEI 분석의 핵심 지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 중국 수출 허가 여부가 한국 HBM 수요의 선행 지표다. 허가제가 분기 단위로 불확실하게 운영될 경우,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 재고 관리 전략이 분기마다 달라질 수 있어 소재 납품 스케줄도 6~8주 단위로 재확인이 필요하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미·중 양쪽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에서는 '어느 쪽 리스크가 먼저 현실화되는가'보다 '두 리스크가 겹치는 타이밍'이 더 위험하다. 구매 담당자는 핵심 소재별로 중국 의존 비율과 미국 허가 소요 기간을 동시에 매핑한 이중 리스크 매트릭스를 갖춰야 하며, 갈륨·게르마늄처럼 두 변수가 모두 걸리는 소재는 안전 재고를 최소 6개월치로 늘릴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