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1700억·배터리 세제지원, 실효 조건 셋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첨단전략산업 소부장 지원 대상을 기존 4개 분야에서 6개 분야로 확대하고, 총 1,700억 원 규모의 투자 지원을 발표했다. 새로 편입된 분야는 방산 소재와 희토류 기반 기능성 소재로, 이는 중국 수출 규제 대응을 정책 우선순위로 공식화한 것이다.
K-배터리 세제 지원과 관련, 전자신문은 배터리 업계가 반도체에 준하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대기업 15%, 중소기업 25%) 적용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배터리는 신성장·원천기술 공제(대기업 3~6%)가 적용되어 반도체 대비 9~12%p의 세제 격차가 존재한다.
1,700억 원 지원액을 세부로 보면, R&D 보조금 약 900억 원, 시설 투자 융자 약 500억 원, 해외 공급망 다변화 지원 약 300억 원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희토류·갈륨·게르마늄 등 전략광물 소재 분야에 배정된 몫은 약 200~25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비교 기준으로, 미국 CHIPS Act 소재·화학 분야 지원은 2024~2025년 총 6.5억 달러(약 8,700억 원)이며, EU 핵심원자재법(CRMA) 관련 소재 지원은 2030년까지 약 100억 유로(약 14조 원)가 계획돼 있다. 한국의 1,700억 원은 규모 면에서 미·EU와의 격차가 뚜렷하다.
현장 공급자 시각에서 정부 지원의 실효성은 세 가지 조건으로 갈린다. 첫째, 집행 속도다. 소부장 기업의 투자 결정은 '올해 자금이 확실히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 소부장 펀드 사례를 보면 공고에서 실집행까지 평균 8~14개월이 소요됐다. 중국 규제가 지금 작동하는데 지원은 내년에 집행되는 구조라면 의미가 반감된다.
둘째, 지원 대상 선별의 정확성이다. '소부장'이라는 카테고리가 너무 넓어 실제 전략광물 소재(갈륨·게르마늄·희토류 화합물) 업체가 지원받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행정 역량이 있는 중견 기업 위주로 집행되는 경향이 반복돼 왔다.
셋째, 세제 지원의 실질 효과다. 배터리에 반도체급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적용 시점이 2026년 이후로 미뤄진다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의 2025년 투자 계획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세제 변화는 '소급 적용' 없이는 즉각적 투자 유인이 되지 않는다.
방산 소재 분야가 이번에 소부장 지원 대상에 처음 편입됐다는 점은 이 분야 소재 기업에 명확한 신호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풍산(탄약 소재), SNT다이내믹스(방산 부품 소재) 등이 지원 수혜 대상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희토류 기반 기능성 소재 분야에서는 성림첨단산업(희토류 자석), 알엔투테크놀로지(희토류 정제) 등 소규모 전문 기업이 이번 확대 지원으로 R&D 자금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300억~1,000억 원 수준으로, 지원 실현 시 주가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지원 규모(1,700억 원)가 미·EU 대비 5~10배 작은 상황에서, 글로벌 소재 투자 유치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질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 JOGMEC은 희토류 단독으로 연간 500억 엔(약 4,500억 원) 이상의 지원을 집행하고 있다.
행정 부담이 큰 신청 절차로 인해 실제 전략 소재를 다루는 소규모 전문 기업이 지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결국 자금이 필요한 곳에 가지 않고,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 중견 기업이 가져가는 역설이 이번에도 재현될 수 있다.
소부장 기업 경영진은 지금 당장 '전략광물 소재 연계성'을 사업계획서에 명시해야 한다. 갈륨·게르마늄·희토류·탄탈럼 등 규제 대상 소재와 자사 제품의 연결고리를 수치로 증명하면 지원 선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투자자는 '지원 발표 → 실집행' 타임라인을 추적해야 한다. 과거 패턴대로라면 2025년 상반기 공고, 하반기 선정, 2026년 1분기 집행이 현실적 일정이다. 주가 반응은 공고 시점에 먼저 나오지만, 실질 실적 반영은 2026년 이후다.
정책 담당자에게 드리는 제언: 전략광물 소재 분야는 별도 패스트트랙 심사를 도입해야 한다. 중국 수출 규제는 '지금 작동 중'이고, 지원은 '내년 예정'인 구조는 공급망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2021년 소부장 2.0 정책 발표 직후 국내 불화수소 업체가 정부 R&D 지원을 신청했지만, 심사 완료까지 11개월이 걸렸다. 그사이 일본이 수출 규제를 부분 완화하면서 국산화 긴박감이 줄고, 해당 업체는 결국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속도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