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전선, 韓 '2나노·HBM4' 외 소재 전선도 열렸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2025년 5월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대한민국의 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주요 발제에서 반도체·AI·양자컴퓨팅 3개 분야의 기술 격차와 함께 소재·장비 공급망의 취약성이 별도 의제로 다뤄진 것은 이전 포럼과 달라진 점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웨이퍼·포토마스크·폴리실리콘 등 전공정 소재의 40~60%를 공급하며, 후공정 패키징 소재(에폭시 몰딩 컴파운드 등)에서는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한국의 이 소재들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미국·일본·대만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
KBS 인터뷰에서 미국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한국 제조 기반이 글로벌 HBM 공급의 약 60%(SK하이닉스+삼성전자 합산)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한국이 '피봇 레버리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1세기 반도체 삼국지에서 한국의 포지션은 단순한 '기술 하청 국가'가 아니다. HBM·파운드리·OLED라는 세 가지 제조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문제는 이 역량의 '원자재 레이어'가 중국·미국 양측의 통제 교차점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진짜 실력을 발휘하려면 칩 성능 지표(nm, HBM 대역폭)만큼이나 소재 자급률 지표를 국가 전략 KPI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는 설계·제조 로드맵은 있지만 소재 자급률 목표치가 명시된 문서가 없다. 이것이 구조적 공백이다.
한국이 HBM4 양산(2025년 하반기 SK하이닉스 목표)과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 수주를 성공적으로 병행하면, 미국 빅테크(엔비디아·AMD·애플)의 한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 레버리지를 소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미국·일본과의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소재 기업 중 동진쎄미켐(포토레지스트), 솔브레인(식각액), 램테크놀러지(CMP 슬러리) 등은 '중국산 대체 소재' 수요 확대 수혜를 받는다. 이들의 국산화율이 2020년 30% 미만에서 2024년 50~60%대로 상승한 것은 일본 수출규제(2019) 이후 4~5년간의 집중 투자 결과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다 미국의 IRA·CHIPS Act 조건부 보조금 조건을 충족 못할 경우, 인텔·TSMC 등 경쟁사 대비 수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조건이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생산라인 확장을 제약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된다.
중국에 상당한 파운드리·후공정 설비를 보유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가드레일 조항에 따른 설비 투자 제한으로 중국 내 기존 라인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사실상 동결된다. 이로 인한 기회비용은 연간 수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기업 전략가들은 지금 '소재 자급률 로드맵'을 기술 로드맵과 동일한 레벨에서 수립해야 한다. 2025~2030년 구간에서 어떤 소재를 어느 수준까지 내재화 또는 다변화할지 정량 목표(예: 2027년까지 이트륨 비중국산 비중 30% 이상)를 설정해야 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소재 국산화 수혜 기업(동진쎄미켐, 솔브레인, 성일하이텍, 고려아연)의 실적 레버리지가 반도체 업황 사이클과 부분적으로 디커플링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규제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이들 기업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근거가 강해진다.
실제 조달 현장에서는 — 기술패권 포럼에서 나온 '전략 언어'가 실제 구매 현장에 도달하는 데 평균 12~18개월의 지연이 발생한다. 정책 발표 시점이 아니라 구매 사이클이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선행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지금 포럼에서 나온 소재 다변화 언어는 2026~2027년 실제 조달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